한국 블록체인 산업 2026: 제도화의 문턱에서
한눈에 보기
2025년 한 해 동안 약 160조 원이 한국을 떠나 해외 거래소로 흘러나갔다. 이 자본 유출은 한국 블록체인 시장이 왜 지금 2017년 ICO 시대 이후 가장 큰 구조적 전환을 맞고 있는지를 한 줄로 설명한다. 국내에 합법적 통로가 없으니 수요도, 수수료 수익도 역외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 전환을 두 개의 힘이 동시에 밀고 있다: 디지털자산기본법(DABA) 2단계 입법 과정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주도권 경쟁이다. 핵심 특징은 세 가지다.
규제 비전의 분기: 금융위(FSC)와 한국은행(BOK)이 서로 다른 설계도를 들고 맞선다. 비은행(거래소·핀테크) 발행을 허용하는 거래소 중심 유통 모델이냐, 통화안정증권 기반 준비금과 CBDC·예금토큰을 앞세운 은행 중심 인프라냐.
전 금융권의 사전 포지셔닝: 카카오, 두나무, 삼성, 4대 금융지주, 지방·인터넷은행, 카드사까지 입법 창이 닫히기 전에 자리를 잡으려 움직이며, 섹터를 넘나드는 협력과 경쟁이 유례없는 밀도로 얽히고 있다.
상위권으로의 빠른 통합(consolidation): DAXA 자율규제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집행 사이클이 만든 컴플라이언스 기준선을 중소 플레이어가 따라가기 어려워지면서, 시장이 상위 거래소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1. 두 개의 축: FSC vs BOK
이번 전환의 가장 근본적인 균열은 두 규제 기관의 비전 차이에서 나온다.
금융위(FSC): 가상자산 정책의 최상위 기관이자 이번 분기 규제 섹터 단독 223회로 가장 많이 언급된 주체. DABA 입법과 스테이블코인 발행 인허가 체계를 주도하며, 3월 4일 첫 가상자산위원회를 열었다.
한국은행(BOK): ‘프로젝트 한강’ CBDC 이니셔티브를 이끈다. 이창용 총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해외 반출로 인한 자본 유출이 두렵다”고 발언하며 민간·비은행 발행에 구조적으로 저항한다. 통화안정증권 기반 준비금을 규제 저항이 가장 적은 절충안으로 제시한다.
두 비전은 규제 청문회와 부처 간 협상에서 충돌하고 있다. 비은행에 발행을 허용하느냐 여부: DABA 초안의 이 한 줄이 향후 5년 시장 구조가 은행 주도(bank-led) 가 될지 거래소 주도(exchange-led) 가 될지를 가른다.
CBDC와 스테이블코인: 보완인가, 경쟁인가
기술 레이어로만 보면 둘은 보완적이다. BOK의 CBDC(도매 정산 인프라)와 민간 스테이블코인(리테일·DeFi·트레이딩 계층)은 서로 다른 문제를 푼다: CBDC가 정산 레이어, 스테이블코인이 애플리케이션 레이어로 쌓이는 구조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치경제가 기술 중립성을 압도한다. 세 가지 이유에서 두 이니셔티브는 구조적으로 경쟁한다.
첫째, 규제 우선순위 경쟁. FSC가 민간 스테이블코인 발행권을 먼저 정착시키면 소매 CBDC의 필요성이 약해지고, 반대로 BOK가 소매 CBDC를 밀어붙이면 민간 발행 라이선스 논의가 밀린다. 입법 에너지는 유한하다.
둘째, 소매 CBDC 가능성이 열려 있다. BOK의 현재 포지션은 도매지만, 2026년 말 소매 CBDC 설계 발표 가능성이 거론된다. 소매 CBDC가 출시되면 카카오·네이버의 민간 스테이블코인 내수 시장은 직접 압박을 받는다.
셋째, 준비금 설계가 경쟁 조건 자체를 바꾼다. BOK가 주장하는 통화안정증권 기반 준비금은 민간 발행자가 BOK 채권을 사야 한다는 뜻이다. 비용 구조가 올라가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이 구조적으로 약해진다. 이창용 총재의 “자본 유출이 두렵다”는 발언은 기술적 우려가 아니라 원화 발행 통제권을 지키려는 포지셔닝으로 읽어야 한다.
2. 원화 스테이블코인 전쟁: 진영 구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경쟁은 서로 다른 아키텍처를 가진 진영들로 갈라졌다. 경쟁의 무게중심에는 두나무가 있다: 하나·삼성이 지분으로, 네이버페이가 유통 제휴로 동시에 끌어당기는 구조다.
토스 / 스윙 변수: 토스는 6/1 反하나 간담회에 참여했지만, KB·신한·카카오 등 복수 진영이 동시에 구애하는 핵심 캐스팅보트다. 토스의 최종 선택이 진영 지도를 다시 그릴 수 있다.
구조적 병목: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자기발행 토큰 거래 금지 조항. 네이버페이-업비트 모델이 합법적으로 작동하려면 이 조항의 해석이 정리되어야 하며, 그 해석이 거래소 주도냐 은행 주도냐의 승부를 가른다.
Watch ! DABA 2단계 스테이블코인 조항의 발행 자격과 준비금 기준. 비은행 포함 여부가 향후 수년간의 경쟁 구도를 결정한다.
3. 규제 집행의 해: 과태료와 법원의 제동
FIU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집행의 해를 기록했다. 그러나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단기 집행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
당국 현장검사에서 거래소의 고객확인(KYC) 의무 위반이 500만 건 이상 적발됐다. 그러나 빗썸·코인원이 영업정지 집행정지를 받아내면서, FIU의 단기 집행 신뢰성이 실질적으로 약화되는 선례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빗썸의 미해결 1,000억원 고객보호기금 공약, 두나무 상장 관행을 겨냥한 형사재판이 겹치며, 거래소 책임은 이제 규제·사법·형사 세 영역에서 동시에 다투어진다. 민병덕 의원이 “업비트 과태료를 법대로 부과하면 최대 183조원”이라고 주장한 것은, 현행 과태료 산정 기준 자체가 입법 쟁점으로 떠올랐음을 보여준다.
4. 지분 인수 레이스: 세 번의 규제 해금에 베팅
기관들의 지분 인수 경쟁은 순차적으로 도래할 세 번의 규제 해금 이벤트를 겨냥한 사전 포지셔닝이다.
DABA 초안의 거래소 지분 보유 한도와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준은 모든 주요 거래소와 이들에 새로 들어온 기관 주주들의 경쟁 포지션을 동시에 재편할 변수다. 두나무-네이버파이낸셜 M&A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두나무를 둘러싼 자본 재편은 시장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
5. STO: 실험에서 제도화된 자산군으로
2026년 1월,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분산원장 기반 증권이 기존 증권과 동등하게 인정됐다. 토큰증권(STO)이 규제 샌드박스 실험에서 정식 금융상품 범주로 올라선 분기점이다.
시장 구조는 빠르게 윤곽을 드러냈다.
한국예탁결제원(KSD): 모든 STO 발행의 의무 등록기관. 다중 체인에 걸친 총발행량 감시의 중심.
삼성SDS: KSD의 토큰증권 플랫폼 구축 사업 수주 (완성 목표 2027년 2월).
2차 시장 복점 구도: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과 한국거래소(KRX) 주도 KDX 컨소시엄이 STO 장외 거래소로 인가.
FSC의 7월 세칙이 분기점이다: 투자자 접근 문턱, 장외 유동성 기준, 우선 자산군(부동산·인프라·IP·채권)을 정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STO는 동시에 추진될 때 시너지가 생긴다: 스테이블코인이 토큰증권의 자연스러운 결제·정산 계층이 되기 때문이다. 관건은 리테일 접근성: 현행 장외 전용·순자산 요건이 대다수 개인 투자자를 배제하고 있어, 7월 세칙이 이를 의미 있게 완화하느냐가 시장이 임계속도에 도달할지를 가른다.
6. 결제: 개념에서 경쟁으로
결제 섹터의 프레임이 2026년 재정의됐다. 핵심 기회는 이미 세계적 수준인 리테일 국내 결제(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카드망)가 아니라 B2B 국경 간 외환·정산으로 이동했다. 스테이블코인은 코레스 뱅킹의 중간 계층을 대체할 수 있지만 달러 유동성 의존을 없애지는 못한다; 한국의 기회는 통화주권보다 기업 외환의 효율성에 있다.
카카오페이: 코인베이스 주도 x402 재단 출범 멤버로 참여. 카카오톡 4,890만 사용자 기반 위에 결제망을 얹어 AI 에이전트 스테이블코인 마이크로페이먼트의 온램프로 포지셔닝한다. 슈퍼앱 집중도가 분산된 경쟁사가 복제하기 어려운 구조적 이점을 준다. x402가 필요로 하는 킬러 유스케이스가 한국에서 가장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케이뱅크: 리플과 손잡고 차세대 해외송금 온체인 실증에 착수.
한국은행: BIS 프로젝트 Agorá 참여로 도매 토큰화 정산이 리테일 스테이블코인과 별도 트랙으로 진전 중임을 확인.
핵심 규제 변수는 2026년 시행된 국경 간 크립토 이전 등록 요건으로, 핀테크가 추진하는 송금·에이전트 결제 유스케이스를 제약한다. 전자금융거래법이 자율 AI 에이전트 거래를 수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미해결이다.
7. 보안·이용자보호: 실시간 감시로의 전환
2026년 보안 지형은 북한발(發) 공격의 전례 없는 고도화가 지배했다. 북한 행위자(라자루스 산하 TraderTraitor)는 4월 단 두 건의 공격으로 5억 7,700만 달러를 탈취했다: 드리프트 프로토콜(2.85억 달러)과 켈프DAO 브리지(2.92억 달러)로, **2026년 1분기 전 세계 크립토 해킹 피해의 76%**에 해당한다. 드리프트는 6개월에 걸친 사회공학 캠페인의 결과로, 거버넌스·크로스체인 브리지를 겨냥한 외과수술적 고가치 공격으로의 질적 전환을 보여준다.
국내적으로 더 중요한 구조 변화는 집행 방식의 전환이다. 범죄연루 계좌 차단 의무화는 집행의 무게중심을 사후 제재에서 실시간 거래 감시로 옮긴다. 오르빗 브리지 배상 판결(서울남부지법, Ozys 배상 명령)은 거래소 측 보안 실패에 대한 법적 책임 선례를 세웠고, 이현승 의원이 추진하는 이용자 배상 프레임워크 입법을 가속할 수 있다. 이는 2024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이후 한국 거래소 보안 체제에 가해지는 가장 실질적인 변화다.
8. 전망: DABA 2단계가 결정할 것
모든 섹터의 화살표는 DABA 2단계 초안 한 곳을 가리킨다. 민주당이 2026년 4월 8일 발의한(대표발의 민병덕, 2025년 6월 최초 발의안의 개정) 이 법안은 10개 라이선스 범주를 담은 한국 사상 가장 포괄적인 크립토 입법이다. 5월 정무위 안건에서 빠지며 현실적 입법 창은 2026년 하반기로 밀렸다.
거래소 지분 보유 한도 → 기관 주주들의 인수 레이스 결과 확정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준비금 기준 (비은행 포함 여부) → 은행 주도 vs 거래소 주도 승부 결정
ICO 합법화 → 2017년 금지 해제, 국내 자본조달 채널 신설
자기발행 토큰 거래 금지 해석 → 네이버페이-업비트 모델의 합법성 판가름
향후 5~10년 한국 크립토 시장 구조가 은행의 손에 들어갈지, 거래소의 손에 남을지: 그 답이 이 한 장의 법안 초안에서 나온다. 한국이 규칙 제정자(rule-setter)가 될지, 규칙 수용자(rule-taker)에 그칠지도 함께 결정된다.
본 리포트는 본 리포트는 코인니스의 뉴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4Pillars 및 타이거리서치의 시장 분석 리포트를 참고했습니다., 투자 권유 또는 법적·금융적 조언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수록된 정보는 작성 시점 기준으로, 이후 시장 상황·규제 환경·각 주체의 포지션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본 내용을 근거로 한 투자·사업 판단에 대한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