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와 빗썸의 국내 실적, 원화 예치금, 보유 자산 가치가 동시에 줄어드는 동안 금융당국은 오히려 감시망을 넓히고 있다. 이 두 흐름이 겹치는 지점에서 두나무의 나스닥 상장 추진을 다시 보면, 이건 야심이 아니라 국내에서 더는 통하지 않는 사업모델로부터의 탈출로 읽힌다.
숫자가 먼저 말한다
두나무가 미국 회계기준(US GAAP) 전환을 마치고 나스닥 상장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힌 바로 그 주, 같은 회사는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9.7% 급감한 1115억원, 영업수익은 49.1% 줄어든 4081억원이라는 성적표를 내놨다. 빗썸도 비슷하다. 2분기 영업이익은 44% 감소한 121억원, 순손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일회성 부진이 아니다. 업비트와 빗썸의 원화 예치금은 6개월 만에 합쳐서 2조8000억원 넘게 빠졌다(두나무 -36.0%, 빗썸 -35.2%). 두 거래소가 자체 보유한 코인 평가가치도 두나무 -39.6%(1조3779억원), 빗썸 -30.5%(1941억원)로 같이 줄었다. 이게 새로 시작된 흐름도 아니다. 타이거리서치는 2021년 이후 약 700조원의 국내 가상자산 자본이 이미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추정한다. 작년 한 해만 168조원, 여기 붙는 수수료만 약 5조원 규모다. 이번 분기 실적에 찍힌 숫자는 몇 년째 이어진 유출의 최신판일 뿐이다.
동시에 규제는 더 세게 조인다
문제는 이 축소되는 시장 위로 규제 강도가 동시에 올라간다는 점이다. 8월 20일부터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 심사가 확대됐다. FIU는 트래블룰 적용 기준금액(100만원)을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공포 후 6개월 뒤 시행). 이번 달에는 미신고사업자를 직접 단속할 권한을 FIU에 주는 법안까지 발의됐고, 상장을 대가로 상장피를 받으면 신고를 직권말소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빗썸은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665만건을 근거로 한 영업 일부정지 처분에 반발해 취소소송을 진행 중인데, 첫 변론기일이 10월로 밀렸다. 금감원은 별도로 빗썸의 알트코인 출금 지연 논란을 확인하고 있다. 성장하는 시장에서는 이런 일이 잘 안 생긴다. 줄어드는 시장에서 생기는 일이다.
두나무의 선택을 다시 읽으면
이 두 흐름을 겹쳐 보면 두나무의 나스닥 상장 추진은 야심이 아니라 국내 사업모델로부터의 탈출에 가깝게 읽힌다. 국내 리테일 거래량에 실적이 묶인 한국 상장, 한국 규제 대상 거래소가 그 거래량과 뒤에 있던 예치금이 신규 유입보다 더 빠르게 해외로 빠져나가는 걸 지켜보고 있다. 동시에 점점 더 적극적인 FIU를 상대로 컴플라이언스 비용은 계속 오른다. 미국 지주회사 밑에 한국 법인을 넣는 ‘플립’ 구조 없이 뉴욕에 상장한다고 해서 국내 사업이 고쳐지는 건 아니다. 다만 두나무에게 국내 리테일 사이클에 더는 얽매이지 않는 자본조달·인수 수단, 즉 미국 상장 주식이라는 화폐를 쥐어준다. 작지만 상징적인 결정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8년 만에 처음으로 두나무는 자체 리테일 컨퍼런스 UDC를 열지 않고, 그 스폰서십 예산을 기관 대상 행사인 KBW 2026에 쏟는다. 여기서 업비트는 최상위 스폰서다.
다른 곳에서도 같은 계산이 보인다
두나무만 이런 셈을 하는 게 아니다. 다들 들어오는 문을 다르게 고르고 있을 뿐이다. 신한자산운용은 이번 달에만 원화 표시 토큰화 펀드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을 두 건 맺었다. 플룸과의 협약은 국내 투자자 접근을 명시적으로 차단하고, 솔라나재단·이더퓨즈·오르카와의 협약은 해외 기관투자자가 원화 초단기채 펀드를 토큰으로 사들이는 구조를 검증한다. 한화자산운용은 리플·카나리캐피털과 디지털자산 제휴를 맺었고, 카나리캐피털 대표는 한국 내 XRP ETF 출시까지 언급했다. BC카드와 코인베이스는 외국인 관광객 대상 국내 첫 스테이블코인 결제 실증을 마쳤다. 비트고 한국법인은 기존 사업자를 인수하는 대신 직접 규제 요건을 충족해 가상자산사업자 라이선스를 받았다. 이 중 리테일 거래소 사업은 하나도 없다. 전부 기관, 해외자본, 혹은 둘 다를 향한 인프라다.
방향은 맞는데, 원인은 다르게 봐야 한다
코리아블록체인위크를 주최하는 팩트블록의 앤드류 박 대표는 이번 주 이와 비슷한 주장을 공개적으로 폈다. 법인 계좌 허용 추진, 한국은행의 ‘프로젝트 한강’ 1차 테스트 완료 등을 근거로 한국 가상자산 시장이 기관 중심 디지털금융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이 전환이 왜 일어나는지는 다르게 봐야 한다. 기관이 갑자기 한국 크립토를 발견한 게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수수료와 예치금, 실명계좌를 둘러싼 정치적 싸움을 낳았던 그 리테일 거래소 모델이, 한쪽에서는 자본이 제 발로 빠져나가고 다른 쪽에서는 규제가 조여드는 양쪽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베팅이 맞는지는 나스닥 상장이 마무리되기 훨씬 전에 드러난다. 9월 KBW 2026에서 업비트가 예전에 UDC에 쓰던 스폰서십 예산을 이제 어디에 쓰는지, 그리고 리테일 컨퍼런스로는 더 이상 모이지 않는 자본이 기관 서밋에는 모이는지가 첫 시험대다.


